[코스모폴리탄] 조승우, 쓸만한 녀석

Q. 담배를 피우면서도 담배냄새가 싫다구요?

A. 담배를 피우는 건 좋은데, 마셔서 맛을 본 후에 뿜어져 나온 연기 냄새는 싫어요. 필 때는 좋은데 맡는 냄새는 싫어요. 참 사람이란 게 간사해서….



Q. 임권택 감독과 정일성 촬영감독, 참 어려운 스태프들이죠? <하류인생> 하면서는 담배도 눈치 보면서 피웠겠네요. 80년생이면 나이도 제일 어리지 않나요? 김민선 씨가 아마 79년생이죠?

A. 동갑이거나 현장에선 제일 어린 막내죠. 뭐, 담배야… 숨어서 피우면 되는 거고. 민선이가 1살 많은데, 학번이 같아요. 학교를 일찍 들어가서. 원래 상대배우 하고는 존칭을 써야 편안해 하는 스타일인데, 민선이가 처음 보자마자 먼저 친구하자고, 말을 놓자고 그러더라구요. 그래서 처음으로, 처음 본 사람한테 반말을 하게 됐죠. 민선이는 대단한 아이예요. 크랭크인하기 이틀 전에 모친상을 당했는데, 그 감정 컨트롤이 대단하더라구요. 나 같으면 촬영을 미루거나 당분간 쉬겠다고 했을 텐데…. 굉장히 강한 아이예요.



Q. 출연 제의받았을 때 기분이 어땠어요? <춘향뎐> 때 고생하던 생각이 나지 않던 가죠? 아, 그 고생을 또 해야 하나, 뭐 그런 심란한 마음이 들지 않던가요?

A. <클래식> 끝나고 오랜만에 학교를 가다가, 차를 돌렸어요. 학교(단국대)랑 태흥영화사랑 가깝기도 하고, 감독님도 뵙고 싶고, 또 날씨도 좋았고. 영화사에 가서 임권택 감독님 뵙고 “안녕하세요” 인사를 드렸는데, 보통 사람들과의 대화라면 “응, 너 뭐하고 지냈냐, 잘 있었냐”가 돌아오는 인사일 거 아니에요. 근데 감독님이 뜬금없이 “승우야, 너 태권도 좀 배워라. 근데 너 골프는 치냐? 못 치면 골프도 배워라” 이러시는 거예요. 근데 거기다 대고 “왜요?” 이렇게 물을 수가 없잖아요. 그냥 “예”했죠.



Q. “예” 하는 순간, 출연 제의라는 느낌이 들었군요

A. 느낌이 들었죠. 감독님이 영화를 준비하신다는 소문도 들었고, 액션이 섞인 영화가 될 거라는 얘기를 들었으니까. 또 난 어차피 다음 계획도 없었어요. 순간 스쳐지나간 생각은 ‘감독님이 나를 다시 찾아주시는구나, 좋네, 기분이’였어요. <춘향뎐>할 때는 너무 어렸고, 아무것도 모를 때였는데, 감독님한테 그때 보여드리지 못한 새로운 면을 보여줄 수도 있겠군, 하고 생각했죠.



Q. 임권택 감독의 트레이드 마크 중 하나가 베드신이잖아요. 한국 최고의 감독 이전에도 한국 최고의 베드신 연출가인데, <하류인생>은 난이도가 어느 정도죠? 같은 60년대를 배경으로 했지만 <클래식>의 ‘준하’와 ‘태웅’은 다른 인물인데, 사랑하는 사람에게 접근하는 태도도 다를 것 같아요

A. 아직 최종 편집본을 못 봐서 편집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는데, 어쨌든 베드신을 찍기는 찍었어요. 심리에 집중하는 베드신이라 노출의 강도가 센 편은 아니에요. 태웅은 사랑에 있어서는 굉장히 미숙한, 가진 게 깡밖에 없는 놈이죠. 그런 놈이 한 여자를 보고 망치로 한 대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죠. 그 여자가 김민선 씨가 연기한 ‘혜옥’이에요. 심하게 다쳐서 우연찮게 혜옥의 부축을 받고 여관으로 피신을 하는데, 그 상황에서도 상처의 아픔이나 쫓김의 아슬아슬함보다는 그냥 이 여자랑 같이 있는 게 너무 좋은 거야. 갑작스럽게 경찰이 임시검문 하러 들이닥치는데, 혜옥이 그 순간을 모면하려고 초등학교 교사 자격증을 내놓으면서, ‘ 애인 사이인데 같이 여관에 있는 게 무슨 문제라도 되냐’는 식으로 말을 해요. 그때 이 최태웅이란 놈이 필을 받은 거죠. ‘내가 애인이라고?’ 그런 순박한 놈이에요, 최태웅은. 여자에 대해 미숙하지만, 갖고 싶은 욕망만은 강한, 그런 놈이죠.



Q. 이런 소심한 조승우의 어떤 부분에 반해서 임권택 감독님은 처음부터 깡패 역할을 시켜 보고 싶다고 했을까요? <춘향뎐>으로 처음 오디션 봤을 때부터 깡패 한 번 시켜 보고 싶다고 하셨다면서요

A. <춘향뎐> 하기 전까지는 영화에 대한 꿈이 전혀 없었어요. 오디션용 프로필 사진을 보내야 하는데, 사진이 하나도 없는 거예요. 사진 찍는 걸 너무 싫어했거든요. 찾다 보니, 고등학교 때 사진 전공하는 친구녀석이 하도 성화를 해서 모델이 돼 찍은 사진이 있더라구요. 회색 정장에 까만 터틀넥을 입고, 머리는 올백으로 넘긴 채로, 다 낡은 아파트 같은 곳에서 녹슨 파이프를 배경으로 모델 선 거였어요. 카메라 좀 보라는데, 너무 하기 싫은 표정으로 찍힌 컷이 째려보는 듯 나왔어요. 그걸 프로필 사진으로 보냈는데, 감독님이 보시고 그랬대요. “야, 얜 뭐야? 무슨 <춘향뎐> 오디션 본다는 놈이 이딴 사진을 보내와. 웃기는 놈 아니야.” 어떻게 이런 인상을 해서 <춘향뎐>을 하겠다고 하나 싶으셨대요. 근데 가만 보니까 깡패 같다는 거예요. 원래 진짜 깡패는 작고 아담한 사이즈래요. 감독님하고 이태원 사장님하고 그 사진 보시고 <춘향뎐> 오디션에서 떨어지더라도 나중에 깡패역으로 한 번 쓰자고 그러셨대요.



Q. 뱀, 바퀴벌레, 벌같이 싫어하는 것 말고, 좋아하는 걸 말해봐요. 좋아하는 여자! 어떤 여자가 좋은데요? 또 누가 알아요? 이 글을 보고 접근해 오는 여자가 있을지

A. 웃을 때의 느낌이, 웃을 때 미소가 좋은, 그런 여자가 좋아요. 웃을 때 해맑고 예쁜 여자들이 있잖아요. 너무 수다스러운 여자도 좀 그렇고, 그렇다고 너무나 조용한 내성적인 스타일도 별로고. 말하는 걸 보면 그 사람 스타일을 알 수 있잖아요. 아니, 알진 못해도 짐작이라도 할 수 있잖아요. 그냥 보고 호감을 가진 여자라도 말해 보면 영 아닐 수도 있고. 어차피 말을 해 본다고 여자 속을 알 수가 있는 건 아니지만.



Q. 그런 평가들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의기소침해지지 않나요? 아… 나는 왜 이렇게 연기를 못할까, 그런 생각 들면 구차해지지 않아요?

A. 내가 안소니 홉킨스랑 비교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이렇게 받아들여 버렸어요. 연극 배우 장민호(<태극기 휘날리며>에서 늙은 원빈으로 출연했던) 선생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어요. 뭐 그렇게 급하게 가냐, 어차피 죽을 때까지 할 건데, 재밌게 하자, 어떤 인터뷰에서 하신 그 말씀이 굉장히 공감이 가더라구요. 내게도 어차피 이 연기란 건 죽을 때까지 할 직업이니까.



Q. 직업 배우로서, 앞으로의 조승우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요?

A. 그냥 조승우란 인간을 버리지 않고, 꾸준히 찾아나 주셨으면 좋겠어요. 아…, 비굴 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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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림。 | 2004/06/23 09:03 | 。뮤컬☆배우 。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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